티스토리 뷰



-진심 계약 끝나고 박태준처럼 웹툰그린다 해도 놀랍지 않을 원호의 그림.. 본인 너무 잘 그린 거 아니냐.....자기를 한두번 그려본 솜씨가 아니다 진짜 이 사람 너무 웃겨.... 심지어 자기가 그린 자기자신 닮았어...미쳤냐고 정말.. 


1. 여초로 시작했지만 남초로 끝난다.


어딜가나 이런 현상이 많이 일어나겠지만.. 조기교육을 받은 사람으로서 그게 눈에 너무 선명하게 보이니까 현타가 자주 온다. 어릴 땐 미술이라고 하면 사회적으로 '그런 건 여자애들이 잘하지' 같은 인식이 깔려 있었음.. 아무래도 여자아이들에게 섬세하고 얌전하고 차분할 것을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 상.. 그냥 그런 특징이 일찍 발현되고 사회적으로 '여성적'인 과목이자 분야로 취급되는 듯.. 일단 시작할 땐 정말 여자애들이 많다.. 여자애니까 미술시켜 이런 말도 주변에서 많이 들음.. 애가 진짜 미술을 좋아해서 시키는 경우도 많지만 그냥.. 재벌가나 부잣집에서 딸들을 미술 엘리트 코스로 보내는 경우가 많이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 

사실 다 필요없고 일단 돈 버는 것과는 먼 분야니까(사고파는 거 말고 창작자 입장에서..) 남자애들은 쉽게 안 시킴.. 남자애한테 미술시켜서 뭐할려고? 나중에 뭐해먹고 살려고? 라는 인식때문에..(ㅠㅠ여자는요) 당연히 쉽게 안 시킴. 시켜도 취미로 잠깐.. 일단 시작부터가 암울한데 갈수록 더 암울해짐..예중예고 및 미술입시계 또한 여초지만 개인적으로는 남자를 상당히 우대해주는 느낌이 강했음.. 이건 뭐.. 우리나라 사회 어딜가나 그러니까 딱히 특별한 건 없지만 대학에 와서도 여전히 여초임.. 근데 대학 졸업하고나서부터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 같다..

그 많던 여자들은 다 어디가고 중요한 위치 및 직책은 다 남자가 차지함.. 직업의 귀천을 따지는 건 아니지만 사회적으로 권력있는 자리로 갈수록 남초로 변함.. 심지어 요즘에 와서 여성 비율이 엄청 높아진 거임.. 여류 화가라는 말이 잘 안 쓰이게 된 것도 최근이고.. 물론 내가 말하는 건 상당히 순수미술에 한정된 얘기기 때문에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디자인이라고 상황이 엄청나게 다르진 않을거라고 본다.. 디자인도 관리자급으로 갈수록 남자 많아지는 건 당연하니까..

어릴 땐 순진해서 당연히 여자가 많으니까 여자 힘이 셀 거라고 생각했는데 참..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들어왔던 것, 생각해왔던 것과 현실이 너무 달라서 오는 절망감이 되게 컸음.. 

서울대가면 좋지만 떨어져도 오히려 결혼할 때 좋다.. 여자들은 보조하는 역할이 잘 맞는다 이런 말도 그냥 일상적으로 들었음.. 들으면서도 이게 21세기가 맞나요? 싶었지만 은근하게 후려치기 많이 당함.. 사실 그럴 때만해도 내가 고딩이라 아 그래도 난 나의 길을 간다 꼰대들이 헛소리하네 하고 넘겼지만 오히려 대학 들어오고 나서 다시 그냥 결혼하고 부업으로 할까 이 생각이 많이 들었음... 


-이거 딴 멤버들이 그린 것도 봤는데 디자이너 분들이 배색을 잘해서 그런지 다 이뻤음.. 아니 아무튼 가운데 토끼 어쩔건데. 진짜. 나름 팬들이 가지는 거라고 평소에 그리는 악마토끼같은 거 안 그리고 귀여운 걸로만 그려준 건가...




2. 개인적인 얘기 - 나의 지고한 역사를 가진 아재사랑은 미술과 연관된다 


지금도 완전히 못 놓긴 했지만 나는 타고나길 나이 많은 남자들을 사랑한다.. 아니 사랑했다..고 쓰고 싶다  

이게 언제부터 시작됐냐면 중학교 들어가서 그 좁은 사회에 들어가면서 부터다. 당시 14살 애기였던 나는 왜 여자는 늙을수록 초라해지고 남자는 멋져지지? 나도 아줌마되면 못생겨지면 정말 힘들 것 같다..커리어를 열심히 쌓아야지....이런 생각하면서 살았고.. 반대로 좀 나이대 있는 남자 선생님들이 엄청 권력 있어 보이고 젠틀해 보이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미친아) 내가 좀만 귀염성있게 싹싹하게 굴면 친절하고 그러니까 너무 좋았다. 사실상 교수직도 못 얻어서 중고등학교 교사나 하고 앉아있는 예술한량들이지만.. 당시 내가 사는 세계에서는 적어도 그래보이진 않았음. 적어도 진짜 작가만 하는 남자들보단 그래도 강사나 교사라도 하면서 나름 가정에 충실한 그런 느낌도 사랑했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진짜 맨날 친구들한테 누구누구 쌤 너무 귀엽다 (40~50대 보고...) 너무 재밌고 멋지고 주절주절 그러고 다녔다.. 그리고 무슨 말만 해주면 좋다고 존나 설레하고 집 갈 때까지 두고두고 생각하고 자기 전에도 생각하고 아주 쌩지랄을 떨었음.. 그냥 한마디로 어느정도 사회적 직책이 있는 그 안정적인 느낌을 엄청 동경하고 사랑했던 것 같다.. 근데 이게 진짜 뭐 한 사람을 좋아했으면 아 그래 사춘기 소녀니까 넹글 돌아버려서 그럴 수도 있지..싶었을텐데 온갖 아재란 아재들은 다 사랑하고 그게 심지어 예중예고사회를 떠난 다음에도 이어졌다..이게 대학입시가에서는 약간 보조강사랑 고3/N수생 이런 관계로 많이 나타나는데 진짜 남자 보조강사 새끼들 중에 정상인 놈 정말 없을 듯..ㅎㅎ 멀리서 보면 돈 존나 못 버는 남자보조강사지만 그 사회 안에 들어가면 멘탈은 약해져있는 상태에서 너무 멋져보이고 나를 좀 어떻게 도와주고 해줄 것 같고 그러니까.. 요즘 홍대앞은 클린한지...

(네이버 목요일 웹툰 <알고있지만>1화에 아주아주 하이퍼 리얼리즘으로 나옴)


대학 입시 결과 난 그 다음주부터 중3때 선생님이 운영하는 학원에서 알바를 시작했는데 완전 중학생 때 그 감정과 그 때의 강박에서 못 벗어나서 내 일 다 제쳐두고 진짜 부르면 무조건 가서 일하고 그랬음.. 물론 돈을 처음 번다는 것도 너무 좋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란 걸 아주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내가 여자 선생님과 남자 선생님 대할 때 너무 다른 건 내가 제일 잘 아니까... 그래도 19살~20살이나 먹었으니까 점점 이게 뭔가 크리피하다는 건 깨닫긴 했는데 전혀 바뀔 생각은 또 없었고.. 그냥 주말에 친구랑 약속잡아서 놀다가도 전화오면 친구한테 미안하다고 하고 일하러 갔다..여자선생님이었으면 절대 안 그랬을 거 너무 잘 알았고 실제로도 여자선생님 추천으로 일하는 곳에 가서는 내 거 다 잘 챙기고 정말 적당히 일하다 나왔었다..

그렇게 돈이 궁한 게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중딩 적 기억 못 잊고 충성충성하고 있을 때에 첫번째로 맞은 현타는 술자리에서.. 20살되고 2월? 이니까 진짜 민증에 잉크도 촉촉할 땐데 원래도 술 별로 안 좋아했었지만 그 날로 걍 술자리라는 게 싫어짐.. 그러고 그 날 이후에 내가 정말 인생에서 제일 좋아하던 선생이 학교로 돌아가서 나 술 잘 마신다고 의외라고 세상이 놀랄 일이라고 존나 말하고 다녀서...;;;;  그리고 두번째 큰 현타는 평가 준비할 때 그림 평가하다가 여자애들 얼평하는 거 듣고 ㅎㅎ 그 자리에서 나만 여자고 심지어 나만 어리고 나도 한 때 그 선생들한테 중딩학생이었는데 그런 소리 듣고 있는 게 너무 소름이 돋았다고.. 심지어 얼평 발화자가 내가 정말 저 남자는 미술하는 남자같지 않다..결혼하고 싶다 생각했었던 남자선생이었다는 게 더 충격이었음. 나도 나 중딩 때 평가하면 좋은 평가든 나쁜 평가든 저런 평가의 대상이었겠구나 생각이 들면서.. 그 후에도 소소한 성희롱과 현타의 순간이 많이 있었지만 계속 충성충성으로 일하다가 딱 결정적인 현타가 와서 그만뒀다.. 가까운 친구들도 넌 진짜 참사랑이다 하다가 넌 그냥 병이라고 원장 너무 양심없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팩폭으로 많은 힘을 줬음.. 

아무튼.. 그게 그래도 대학오면 덜하겠지 했는데 정말 조금 덜할 뿐 여전히 비슷하게 평가하면서 제일 밀어주는 사람은 거의 다 남자로 두는 거 보고 남아있던 희망마저 그냥 없어짐. 물론 이제 막 교수되고 교수된지 10년 미만인 신세대들은 정말 그런 게 없긴 한데 여전히 진드기처럼 학계에 남아있는 아재들..ㅎㅎ 정말 지긋지긋함. 

정리하자면 미술하면서 들어간 좁은 사회에서 세상을 넓게 보지 못하고 예술한량남한테 온 시간과 정성을 들여 사랑했고 그러다 정병 오기 바로 직전에 깨우치고 나왔다... 그런 얘기. 다행히 지금은 아님..



-어릴 때 창조의 아침 좀 다녔나봐 이 사람 진짜... 



3. 

미술계 특유의 진보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사람을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들기 쉬운 것 같다.. 우물 안 개구리라기 보다는 그냥 나쁜 뜻에서 "미술해서 그런지 특이해~~" 이 말 안 들으려면ㅋㅋㅋㅋㅋㅋㅋ 자주 다른 분야 사람들이랑 만나고 다른 모임도 좀 갖고 사회적으로 살고 그래야 함... 정치에 국한된 얘기는 아니고 그냥 전반적으로 열려있는 분위기와 피씨함..퀴어프렌들리함.. 범죄와의 아슬아슬한 경계.. 똘끼..등등..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점점 자기에 취해서 자의식 과잉되기 아주 좋은 세계다..

근데 학교를 벗어나서 작가생활을 하는 걸 보면 자본가나 국가의 후원 없이는 불가능하니까 (정말 집이 엄청 부자고 집에서 지원을 해주는 아주 드문 경우를 제외하면) 거기서 오는 본인의 가치관과 현실의 간극 때문에 징징대거나 아주아주 자조적으로 변하거나 사람이 좀 맛이 가는 경우가 많은 듯.. 실제로도 어떤 대학교 교수님은 다 좋은 작가가 되는 것도 좋지만 전 리움 관장님처럼 미술하는 사람 중 한 명이 사회적으로 공헌하는 게 훨씬 발전이 크다고...ㅎㅎ 요즘에서야 국공립에서 문화예술사업에 돈도 많이 쓰고 정말 선진국처럼 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사립에서 정말 각잡고 돈써서 하는 큰 전시가 없으니까 지루한 건 사실인듯.. 

그리고 미대안의 피씨함과 퀴어프렌들리함에 익숙해져 있다가 교회같이 극보수적/한국적 공간에 가면 좀 적응안될 때도 있다. 너무 당연하게 남자친구있어요?하면 1초정도 당황하게 됨.. 아 진짜 무례하다..는 속으로 느끼는데 그 분위기가 너무 화기애애하고 그러니까 그냥 k패치된 대답하고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충격받았던 명작...놀리는 게 아니라 진짜 중학교나 초등학교에 남자애들이랑 많이 안 어울리는데 혼자 책상에 앉아서 이런 만화 그리는 남자애 꼭 한명 정도는 있지 않나...심지어 투시도 얼추 비슷하게 맞춤... 그와중에 본인 센터에 제일 잘생기게 그린 거 너무 웃기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진짜 미술치료협회에 내서 심리분석 좀 받아보고 싶을 정도로 엄청난 그림.... 분명히 자기애는 무조건 나올듯...



4. 어릴 때부터 배울 필요없다..언제나 독학도 가능..

가끔 부모님이 상담해오실때나 학생이 상담할 때면 너무 답답할 때가 많았다. 왜 굳이 미술을 전공하려 하지? 왜 굳이 예중예고미대같은 기관에서 배울려고 하지? 정말 너~~무 답답했음. 미술은 진짜 지금 시대에 스마트 폰 앱도 그림 그려주는 시댄데.. 아이패드만 있으면 누구나 그림 그리는 시댄데 왜 굳이 돈을 들여서 선생님들한테 돈 바쳐가며.... 차라리 그런 기관은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거나 비슷한 전공 친구들을 만들어주고 싶은 부모님이라면 추천했지만 (남자는 비추ㅎㅎ) 미술을 하고 싶은데 예고를 가야할까요?랑 미술을 시키고 싶은데 예중예고를 보내야되나요?는 정말 답답했고 내가 설명해도 워낙 이미 불안함이 강한 터라 잘 안 믿으셨음... 그러고 진학 후에는 학교에서 아무것도 안 가르쳐줘요로 또 상담하고.. 

좀 다른 곳으로 빠지는 얘기지만 미술은 애초에 가르치기 시작하면 안된다고 생각함. 가르침을 받아야 되는 상태면 좀 평범한 재능을 가졌거나(재능부족으로 스트레스 받을 정도의...) 재능이 없는 것.. 이걸 내가 왜 아냐면 내가 재능부족을 스스로도 많이 느끼고 다른사람에게서도 평가받은 사람이라..ㅎㅎ 

아무튼 미술은 애초에 시각적인 재능이 있으면 실수만 살짝 지적해줘도 혼자서 느는 분야인데... 아무것도 안 가르쳐줘서 애가 스트레스 받는다로 상담하면 속으로는 애가 평범한 애라서 그래요..가 입에 맴돈다..대부분의 부모님들은 그걸 인정하려 하지 않으니 물론 뱉어본 적은 없고... (그래서 좀 선천적으로 뛰어난 사람이 선생님이 되면 곤란한 경우가 꽤 있음. 그냥 보이는 대로 스스슥 하면 돼~가 말해줘도 안되는 거니까.. )

근데 사실 웃긴 건 재능이 딱히 중요하지도 않음. 물론 너무 재현능력이 뛰어나다 그러면 당연히 그게 강점이 되겠지만 지금이 뭐 귀족이 자기 초상화 그려달라는 시대도 아닌데 시대감성 잘 따라가고 똑똑하고 성실한 게 훨씬 중요함.. 그래서 재능이 부족해서 힘들어요..의 고민상담도 진짜 입에 레퍼토리가 생길 정도로 너무 많이 했다... 그리고 미술이 무슨 음악이나 무용처럼 4살부터 준비하고 며칠 안하면 몸 굳고 이런 것도 아니고 재능만 조금 받쳐주면 6개월이 뭐야 3개월만 해도 그림을 그리기 위한 기초는 충분히 쌓을 수 있는데 굳이...오히려 어릴때부터 하는 게 핸디캡이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미술은 음악무용이랑 너무너무 애초에 다른 예술이라 정말 아무나 할 수 있고 음악무용이 꾸준히 클래식을 재현하고 재해석하고 하는 것과 반대로 신문물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차원이 다름.. 

그래서 암튼... 이런 토픽으로 친구랑 얘기하다가 그냥 대학에서 미술을 지금처럼 많이 뽑으면 안된다고 얘기한 적도 있다.. 진짜 내 마인드가 불멸의 화가 고흐다 아니면 찢어지게 가난한데 미술이 하고싶다, 아니면 미술계 발전을 위한 기부금 전형만 뽑아야 된다고...왜냐면 친구와 나 모두 이런 한계점들을 애초에 느끼고 미술계에서 탈주하고 싶었기 때문에...ㅎㅎ (개인적으로 기부금 전형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주의임..)

근데 정말 우리나라 미술계나 미술시장에 비해서 너무 순수미술을 많이 뽑는 것은 사실.. 정말 소수 빼고는 사회에서 딱히 아무것도 잘하지 못하는 백수 한량 양성소나 다름없으니까... 나처럼..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